학습 시터로서 이준(9살) 여준(8살)이와 학습과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제삼아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자주 갖습니다. 아이들의 반응은 참으로 놀랍죠. 어른들은 생각지도 못할 말을 해서 저를 기쁘게 해 줍니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세 남자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세 사람의 공통점을 찾아보자고 했더니 “남자예요.” “젊어요.” “멋있어요.” “성공했어요.” 라고 답변을 하더군요. 권영민(전문대 졸업 후 두바이 최고의 호텔 수석 주방장) 박진영(미국에서 자신의 힘으로 성공한 음악 프로듀서) 김용걸(우리나라 최고의 발레리노 자리를 버리고 프랑스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하여 성공한 발레리노) 제가 세 사람의 공통점은 자신의 일에 미친 것이라고 했더니 이준이가 “선생님 나쁜 말 썼어요. 차라리 자신의 일에 빠졌다고 하는 게 맞아요.” 라고 저에게 지적을 하더군요. 가끔은 이준이가 저를 가르치는 학습 시터 같아요. ㅎㅎ
올 봄에 유괴사건이 자주 발생하여 제주도의 양지승 어린이 유괴사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사건 내용을 알려줄 때는 정확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길 바라는 두 아가씨의 요청에 저는 최선을 다하여 이야기해 주지요. 제가 6하 원칙에 따라 이야기를 해 주니까 이준이, 여준이도 이야기를 할 때면 조리있 게 말을 잘 한답니다. 사건 내용을 다 듣고 나서 이준이가 “일단은 어린이를 유괴한 아저씨가 물론 나쁘지만 양지승에게 안전교육을 잘못시킨 엄마, 아빠도 책임이 있고, 9살인데도 아저씨를 따라 간 것은 생각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라고 하더군요. 자기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찌나 대견하던지...
'칭기즈칸의 후회’라는 철학동화를 읽어주고 나서는 그때 언론에 매일 보도되었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보복 폭행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였어요. 김승연씨의 감정이 처음에는 화에서 후회로 변해가는 과정을 설명해주며 김승연씨는 우리나라에서 열 번째로 큰 회사의 회장님이라고 하니까 이준이가 “그럼 우리 아빠 회사는 몇 번째예요?” “글쎄” “한 백 번째 쯤 돼요?” 하고 물어보는데 정확한 답변을 못했죠. (참고로 이준이네는 아빠도 사장님, 엄마도 사장님이랍니다. 개인사업을 하고 계시거든요.) 며칠 후에는 여준이가 이렇게 물어보았어요. “선생님은 회사 다니세요?” “선생님은 여준이네 집으로 출근하고 여기서 일하고 퇴근하니까 여준이네 집이 회사예요.” “그럼 선생님 회사는 몇 번째예요?” “글쎄” “빨리 이야기 해봐요. 몇 번째예요?” 가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본론에서 벗어날 때가 있지요. 분노(화)와 후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재계순위로 관심이 바뀌어 버렸어요. 영혼이 맑고 순수한 아이들이니까 어른들은 상상치도 못할 질문들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예요. 지구본을 보면서 그 나라의 위치와 사정을 설명해주고 탈레반이 인질 2명을 죽였다고 하니까 나쁜 사람들이라고 화를 내더니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준 “선생님 그럼 우리나라 인구 2명 줄어든 거죠? (아주 슬픈 얼굴로) 시터 “그래, 맞았어요. 2명이 줄었어요.” 여준 “괜찮아. 배부른 아줌마들 많으니까 오늘이나 내일 아기를 낳으면 인구가 줄어든 게 아니야” 시터 “여준이 생각도 맞지만 어쨌든 슬픈 일이예요.” 한 달쯤 뒤 탈레반들이 인질들을 다 풀어주기로 했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아이들이 저에게 사건이 해결된 이유를 알려줍니다. 이준 “탈레반들이 인질들을 한참 데리고 있으니까 지겨워졌데요. 그래서 풀어준 거예요.” 여준 “한참 데리고 있었으니까 힘들었겠지” 시터 “이준, 여준이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
시사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 너무 재미있죠. 너무나도 감성적인 이준이와 너무나도 현실적인 여준이와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너무 행복한 시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