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정이 담뿍 든 은아 혜아를 생각하며 글을 씁니다. 작년에 세살인 혜아와 여섯 살 은아를 처음 만나고서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주변 환경이 안정되고 좋아 집에서 다니기 조금 먼 것을 감수하며 아이들을 맡았었는데, 이렇게 체력이 딸려 헤어지게 되니 처음부터 맡지 않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니 저에게도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고, 아이들에게도 어린 시절 좋은 기억을 한 조각 심어주었지 싶어 아쉽기는 해도 후회는 없어요. 집에 있어도 시계를 볼 때 마다 지금은 아이들이 유치원 갈 준비하고 있겠구나, 또 지금은 혜아가 집에 돌아올 시간이구나, 하며 종일 아이들 생각이 머리를 맴돕니다. 특히 내가 그만두기 전까진 유치원에 가지 않아 하루 종일 함께 생활했던 혜아 생각이 머리를 떠나질 않네요. "우리 이쁜 강아지!" 하고 안아주면 "멍멍!" 하며 내게 안기던 혜아. 내가 욕실에서 양말 빨래 할때면 변기 뚜껑 닫고 그 위에 올라 앉아 자기 물뿌리개에 물을 담아 내 대야에 부어주며 재미있어 하고, 양말을 힘주어 비빌 때면, 그 속도에 맞춰 "큰엄마! 힘내요!" 하며 응원 아닌 응원을 해주던 예쁜 것. 가스 레인지에 음식을 올려놓으면 가까지 오지 못하도록 내가 과장해가며 "앗! 뜨거워, 뜨거워" 하면 "큰엄마 내가 도와줄께요." 하며 얼른 오븐 장갑을 꺼내 갖다 주던 사랑스런 혜아. 엄마닭이 일을 하며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친구인 오리와 돼지와 고양이가 "싫어, 싫어!" 하며 도와주지 않았다는 내용의 동화책을 읽어 주었더니, 정말 알수 없다는 표정으로 "큰엄마, 친구들이 왜 엄마닭을 안 도와줬어요?" 하고 묻던 혜아. 무엇이든, 누구든 도와주기를 즐기는 우리 혜아가 그런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요. 내가 빨래를 널면 "큰엄마, 혜아가 도와줄께요." 하며 세탁물을 집어들고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탁탁 털고, 내가 마루를 닦을 때면 도와주겠다며 걸레를 착착 접어 밀고 다니다 다시 반대로 접어 닦던 혜아. 산책할 때면 햇빛을 가리느라 손을 이마에 대고 걷는 나를 보며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의 고사리 손을 이마에 대고 따라 걷던 혜아를 보며 아이들에게는 보는 것이 곧 배우는 것임을 절감했었죠. 오늘은 토요일이니 아이들이 부모님과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네요. 은아는 건강하고 총명해서 걱정이 없는데, 혜아는 밥을 잘 먹지 않아 걱정이 됩니다. 헤어지던 날 "혜아야, 유치원 가서 밥 남기지 말고 다 먹고 건강하고 튼튼해져야 해." 했더니 다소곳이 "네1" 하고 대답하긴 했는데 정말 대답대로 해주어 튼튼하게 자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조금 쉬다가 집 가까운 곳에서 좋은 인연을 맺게 되면 그땐 아이들 생각에서 좀 벗어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