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바깥 날씨와 다른 포근한 집안은 민지의 놀이터였습니다. 아장아장 걸으면서 놀던 민지는 처음 대하는 얼굴을 외면하지 않고 웃어주었습니다.
친근함을 느끼게 하는 만남이었고 잠간 외출을 한 민지 어머니를 향해 민지는 손을 흔들며 bye bye를 하였습니다.
몸으로 말을 하며 놀던 민지가 식탁으로 시선을 보냅니다. 노릇하게 구운 갈치와 밥으로 점심을 먹은 민지는 우유를 찾더니 달콤한 잠에 빠졌습니다. 잠자는 민지의 얼굴은 평화 그 자체입니다.
옆으로 누워서 잤는데 어느 새 바로 누워있고 또 어느 새 이불을 차 버리고 반대편으로 돌아 누워있고 다시 이불을 덮어주고 잠간 후에 가 보면 이불은 밑에 깔려 있고 바로 누워서 잡니다. 살며시 들여다보니 눈을 뜨고 이불을 만지작 거려서 "민지야" 하고 불렀더니 서러운 울음보가 터졌습니다. 엄마를 부르며 문을 가리키면서 우는 모습이 슬픕니다.
때를 맞춰 민지 어머니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낯가림을 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는 듯이 엄마 품에 안겨서 꼼짝을 하지 않습니다. 잠이란 것이 이렇게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민지는 책을 보는 재미에 빠져서 엄마 찾는 것을 잊은 듯 하더니 우는 시늉을 내면서 엄마를 찾습니다. 장난감으로 관심을 끌어들이면 주의를 기울이다가 또 우는 시늉을 하면서 엄마가 계신 곳으로 엉금엉금 기어갑니다. 음악이 나오면 우는 시늉을 내다가도 몸을 흔들면서 리듬을 따라 신이 납니다. 소리가 나면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몸이 움직입니다.
주의를 기울이는 힘이 있고 듣는 힘이 있습니다. 문장을 이해하고 이야기하는대로 행동으로 옮깁니다. 새로운 말이 들리면 옹알이처럼 하는 말로 따라 합니다.
엄마를 잊고 놀 때 외할머니께서 오셔서 민지를 꼭 안아주셨습니다. 12개월의 민지와 처음 만난 오후의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