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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男역할’ 갈등

글쓴이 :
큰언니
날짜:
2003-02-07
조회수:
1139

장남 며느리인 내게 너무나 공감되는 글이라서

‘長男역할’ 갈등 덮어둘 일 아니다

얼마 전쯤부터 집안에 무슨 행사만 다가오면 나는 으레 주눅이 든다. 아내는 맏며느리이기에 감내하지 않으면 안될 이런저런 일들로 힘에 부쳐 할 때가 많다. 이 땅의 대다수 장남들은 부모 봉양이나 조상 제사 같은 집안의 대소사에 허리가 휘지 않는가. 지난날에는 장남이 그 의무만큼이나 그에 걸맞은 권위를 인정받았다. 부모의 절대적 신임이 있었고, 원근 일가의 지지며 신뢰가 뜨거운 응원군이 되었다. 부모가 없는 집안이면 장남이 부모 맞잡이로서 온전히 그 권한을 대행했다. 형이며 오라비로서, 형수며 올케로서의 위엄이 서고 말발이 먹혀들었다. 가정의 기둥이라는 명목하에 장남에게 우선적으로 교육의 기회가 주어졌고, 상속 같은 경제적인 혜택 면에서도 어찌보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장남에게는 융숭한 대접이 따랐다. 이것은 장남이 져야 할 막중한 의무에 상응한 반대급부가 되어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는 어떠한가. 지난날 누렸던 혜택은 사라지고 책임만 봇짐처럼 잔뜩 떠맡게 됐다. 말하자면 장남으로서의 메리트가 사라져 버린 셈이다. 결국 장남은 철저하게 실속을 따지는 요즘 젊은 예비 새색시들로부터 기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장남이 아닌 경우, 필요할 때는 엄연한 자식임을 당당히 내세우면서 막상 져야 할 의무 앞에서는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경우는 없는지 살펴봤으면 한다. 장남에게만 무거운 책임을 떠넘겨서는 곤란하다. 으레 장남의 몫인데 그것을 장남이 맡지 않으면 누가 맡느냐는 식의 주장을 펴면서도 권리를 찾는 데만 집요해서는 안 된다.

어느 가정, 어느 집안 할 것 없이 크든 작든 엇비슷한 갈등을 시한폭탄처럼 안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집안의 흔들림은 모든 사회적 갈등의 단초가 된다. 이 문제는 그냥 이대로 덮어 둘 일이 아니다. 우선 서로가 감싸고 양보하는 미덕이 우선이겠지만 필요하다면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공론화해도 되지 않을까. 장남에게만 가혹한 시대처럼 느끼고 있는 장남들이 많을 것이다.

(郭興烈/ 수필가·대구 달서구)


11월 28일(토) 아침 7시 30분 SBS 첫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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